2024년 10월 23일, 카카오에서 주최한 기술 컨퍼런스 if(kakaoAI) 2024 둘째 날에 트랙 마스터를 하게 되었다. 트랙 세션의 사회를 맡는 역할이다.
간단히 활동한 내용을 되돌아보고 느낀 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지원공고
if kakao 2024 크루 스태프를 공개 모집합니다.
사내 게시판의 공고를 통해 스태프 모집 소식을 접했다. 모집 공고에는 기술 발표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사전 리허설과 행사 진행을 리드할 스태프를 모집한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외부 지인 초대권을 받기 위해 지원했고, 운 좋게 당첨(?)되어 스태프로 if kakao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후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OT를 진행했다.
리허설
업무로 바쁘게 일상을 보내던 중, 어느새 리허설 날이 다가와버렸다. OT 때 받은 진행자 스크립트를 메모 앱에 옮겨두긴 했지만, 실제로 소리 내어 연습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리허설 당일, 간단한 안내사항을 공유받고 시간대에 맞춰 발표자들과 함께 리허설을 진행했다. 실전처럼 발표를 진행하되 시설과 동선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메모했던 발표 시작 전 스크립트이다.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발표 주제]에 대해 [발표자 소속(카카오/카카오뱅크 등)] [발표자 이름]님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예정입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수 유도)
마음속으로는 ‘이 정도면 문제 없겠지’ 생각했지만, 막상 핸드폰에 있는 스크립트를 읽으려니 의외로 긴장감이 몰려왔다. 특히 스크립트의 []
안에 들어갈 내용을 그때그때 찾아 읽어야 해서, 읽으면서도 자꾸 버벅일 수밖에 없었다. 당일 8개 세션의 리허설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따로 연습할 시간도 없었다.
이대로 망신을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리허설이 끝난 뒤 각 세션의 스크립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폰 메모장에 작성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오늘 202 트랙의 사회를 맡은 [에드워드]입니다.
오늘 바쁘신 와중에도 if(kakaoAI)2024에 참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곧 발표가 시작될 예정이니 자리에 잘 착석해 주시고, 휴대폰은 진동이나 무음으로 설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오늘 트랙의 첫 세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접근성 작업을 도와주는 ESLint plugin 개발기]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소속의] [최종선]님이 자세히 나눠주실 예정입니다.
모두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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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모두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최종선]님의 발표였습니다.
[팀의 수요에 따라 직접 ESLint 플러그인을 개발한 귀중한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Q&A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시간 관계상 한 질문을 받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주시면 마이크를 전달 드리겠습니다.
추가 질문이 있으시면 이후 애프터세션에서 [최종선]님과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습니다.
애프터세션은 B동 1층 lakehall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여기는 A동 지하 1층이구요, 화면에 나오는 지도 및 밖에 계신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이동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오늘 [접근성 작업을 도와주는 ESLint plugin 개발기] 세션에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잠시 후에 바로 다음 세션을 진행하겠습니다.
행사일
곧이어 행사 당일이 되었다.
9시 15분까지 판교에 모여서 셔틀버스를 타고 AI 캠퍼스로 이동했다.
짐을 보관하고 받은 스태프 긴팔 티셔츠도 입었다. 다른 트랙 마스터들과 마지막 안내사항을 확인하고 해산했다.
내가 담당한 Track 202는 13:00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전 메인 세션을 참관하고, 당일 발표하는 동료들을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초대한 외부 친구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발표장 환경을 점검했다.
트랙 도우미 두 분과 함께 발표 화면, 마이크 사운드, 입장/퇴장 동선 등을 점검하고, 작성한 진행 스크립트를 마음속으로 읊어 보았다.
이날 Track 202에서는 총 8개의 세션이 진행되었다.
13:00-13:20 접근성 작업을 도와주는 ESLint plugin 개발기
13:20-13:40 Node.js(Next.js) 애플리케이션 모니터링을 위한 메모리 인사이트
14:00-14:20 우리는 왜 차트를 쪼갰을까: 복잡한 데이터 시각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14:20-14:40 React to PDF: 좌충우돌 PDF 생성 기능 개발기
15:00-15:40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을 자동으로 계측하는 APM Python Agent 개발기
16:00-16:40 금융 규제와 개발자의 행복, 두 마리 토끼를 잡는 DevOps Pipelines
17:00-17:20 tree-sitter와 LSP를 이용한 Language Server 개발기
17:20-17:40 C++ : OOP 아닌 다른 대안은 없을까?
실수를 줄이기 위해 준비한 스크립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다.
처음 한두 세션을 안내할 때는 다소 긴장했지만, 비슷한 멘트를 반복하다 보니 금세 마음이 편안해졌다.
중간에 시간이 조금 초과된 세션도 있었지만 과감하게 현장 Q&A를 넘기고 안내 멘트를 줄였다.
Q&A 시간이지만 아쉽게도 시간 관계상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전에 안내한 대로 애프터 세션은 B동 1층 lakehall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적극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수를 유도하고 현장 Q&A를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갔다.
17시쯤 되니 사람들이 절반 정도 빠져나간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발표 장소가 조금 외진 곳에 있고 셔틀 버스 운행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무사히 마지막 세션을 마치고, 함께한 스테프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지막 셔틀버스를 타고 퇴근했다.
느낀 점
괜히 MC라는 직업이 있는 것이 아니다.
유연하게 상황을 대처하는 것, 공백을 자연스럽게 채우는 것, 스크립트를 구성하는 것 등 디테일을 요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운영자 시선의 컨퍼런스는 다르다.
참여자로서의 컨퍼런스는 어떤 굿즈가 있을까, 어떤 발표를 들으면 좋을까 생각을 했다면, 운영자로서의 컨퍼런스는 어떻게 발표자의 인사이트가 더 잘 전달될 수 있을까, 어떻게 참여자들이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세션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위해 좀 더 힘차게 소개하는 것, 세션에서 나눈 인사이트의 여운을 남기기 위해 간단한 1줄 요약을 덧붙이는 등 디테일을 챙기는 것이 보람찼다.
기술을 향한 사람들의 열정은 뜨겁다.
사람들이 찾아오기 불편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 자리가 꽉 차서 뒤에 서서 발표를 듣기도 하고, 노트북에 열심히 기록하는 모습 등 참여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동 동선은 강제성이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발표 이후 참석자들이 발표자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애프터 세션을 자율적으로 이동하도록 하니 뭔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어수선했던 것 같다. 발표자와 함께 누군가 인솔해서 이동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발표자에 대한 대접이 컨퍼런스의 분위기를 만든다.
발표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가 발표자를 공손히 대접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귀하신 분의 발표를 내가 듣게 되는 구나’ 생각을 자연스레 유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이 부분을 잘 챙기지 못한 것 같다. 발표를 마친 뒤 연사들이 참여자들과 같은 셔틀을 타고 판교로 돌아가는 모습이 다소 아쉬웠다.
맺으면서
외부 초대권을 얻기 위해 시작한 스태프 활동이었지만, 사회자가 신경 써야 할 디테일부터 컨퍼런스 운영자의 시선까지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부담도 있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